VANUATU/LIFE STORY

해외에서 맞는 네번째 생일날

Bluepango1 2007. 10. 21. 21:27
날짜:
2007.10.21 (일)
오늘날씨:
행복지수:
형편없어요형편없어요형편없어요형편없어요형편없어요
오늘은..

오늘은 40 몇년전 내가 태어난 날.

아주 기쁜 날이다.

하지만 올 4월에 돌아 가신 어머님이 너무 그리운 날이기도 하다.

항상 객지에 나가 고생한다며 생일날 전화를 잊지 않으셨는데, 올해부터는 그 전화를 받지 못한다.

오늘 어머니가 너무 그립고, 보고싶다.

지병으로 고생하시면서도 내 몸 상할까 늘 걱정하시던 어머니.

오늘 아이들과 할머니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이 할머니가 보고 싶다고 한다.

할머니 마지막 가는 길에 아내와 아이들을 데려 가지 못했다.

아이들만이라도 데려가려고 준비해 두었던 비행기값을 바누아투 한인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서 보증을 서주었었다.

그는 제때 돈을 갚지 못하여 내가 돈을 지불하게 되었고, 내가 한국 들어갈때까지 그가 돈을 갚지 못하여 아이들을 데려가지 못했다.

그때의 응어리가 아직도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고, 그 사람이 아직도 용서가 되지 않는다.

(한참 후에야 돈은 받았다. 그리고 그 사람은 바누아투에서 금융사기와 어려운 바누아투인을 등쳐 먹고 하루 아침에 뉴질랜드로 잠적해 버렸다. 한동안 바누아투에서 그 사건으로 한인들은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했으며, 방송국에도 여러차례 방영되는등 한인으로서 상당히 불명예스러운 오점을 남겼다. 그는 그돈으로 뉴질랜드에서 당분간 잘 살겠지.)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날 아내와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와 마지막 통화를 하게 하였다.

그때 어머님 가슴이 유난히 뛰는 것을 느꼈다.

어머님도 아셨으리라.

 

어머니가 중환자실로 들어 가셨다는 말을 듣고, 올해 일월말 부랴부랴 한국으로 들어 갔다.

다행이도 퇴원은 하셨지만 등에 생긴 욕창과 혼수상태로 인해 집에서는 간호가 불가능하여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으로 옮겼다.

아일랜드 수녀님이 운영하시는 곳이었는데, 수녀님들과 그곳의 봉사자들의 눈물겨운 간호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난 두달간 어머님 옆을 지켜 드리며 수녀님들과 봉사자와 함께 간호를 하며 기도를 드렸다.

이것이 어머님과의 마지막 생활이었다.

그렇게 장남과 같이 지내고자 하셨는데.....

 

난 칠녀이남중 장남이다.

위로 누나를 다섯이나 두었다.

어머님은 나를 낳으시려고 온갖 고생을 다하셨다.

내가 태어난 날 시골에서 동네 잔치를 별였단다.

얼마나 기쁜 날이었을까?

그때 어머님은 굉장히 행복하셨을 것이다.

40여년간 지극정성으로 키워주셨는데, 그런 어머님을 뒤로하고, 몇년전 이민길을 택해여만 했다.

 

세쩨 누나는 캐나다에, 막내 누나는 미국, 난 바누아투...

뿔뿔이 흩어져 있는 가족들이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일주일전, 10여년만에 모두 모였다.

다행이도 어머님은 칠남매가 지켜보는 가운데 수녀님들의 기도를 들으시면서 임종하셨다.

그때 난 어머님께 너무도 죄스럽고 죄송하여 너무도 슬피 오랫동안 울었다.

어머님 장례식장에서 내내 앉아 있으며, 어머님의 다정한 모습의 영정 사진을 보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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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유언대로 어머님을 화장을 했다.

아버님 묘에 유해를 뿌렸다.

다시는 못볼 어머님을 생각하며 다시금 서럽게 울어야만 했다.

삼오제를 치루고 아버님, 어머님이 계신 묘원에 인사를 드리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다시 바누아투로 돌아 왔다.

 

내가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 어머님께 드리는 마지막 효도라 생각한다.

비록 최빈국에서 어렵게 살고 있지만, 우리 가족은 늘 행복하려고 애를 쓰며 살고 있다.

 

외국에 나가 있거나 부모님께 떨어져 계신 분들, 부모님께 안부 전화라도 자주 드리기를 바란다.

 

오늘은 내 생일.

주변 분들과 가족들이 많은 축하를 해주었다.

하늘을 쳐다 본다.

하늘 나라에서도 어머님이 축하해 주신다.

 

어머님, 저를 낳아 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제가 축하 받는 날이 아니고 어머님께 감사를 드리는 날입니다.

 

어머님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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