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UATU/LIFE STORY

최빈국에서의 한국 위상

Bluepango1 2007. 9. 20. 22:25

삼일전 새벽에 파푸아뉴기니 한국 대사관님이 바누아투를 방문하셨습니다.(png 대사관은 나우루,솔로몬 아일랜드, 바누아투를 겸임하고 있습니다.)

이년에 한번씩 대사님이 바뀌면 신임장을 제출하러 바누아투에 오시지요.

이번에도 당연히 신임장 제출 하러 오시겠지 생각하며 바누아투 한인회장님과 총무를 맏고 있는 제가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답니다.

그런데 이년전에 오셨던 분이 다시 오셨습니다. 더 놀라운건 부부외에 수행원이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전에 오셨을땐 참사관이라도 같이 대동하여 스케쥴 조종하며 편리하게 일을 보시는 듯 하셨는데, 이번엔 왜 부부만 오셨냐고 하니 대사관 직원이 대사말고 한명 밖에 없다고 합니다.(이 부분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제가 그렇게 들었는데, 직원이 조금밖에 없다는 표현을 그렇게 했을지도 모르며 제가 잘못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요샌 세상이 많이 바뀌어 그전처럼 요란 스럽게 출장다니지 않는다고 합니다. 본인이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은 직원들을 대�하고 다니지 않는 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좀 황당한건 바누아투 정부입니다.

바누아투는 요새 전당대회로 시끄럽습니다.그래서 모든 공무원들이 많이 바쁘고요, 한인회장님은 대사님이 오실때 바누아투의 어느 부서에서 나갈 것인지 체크하고 다니셨는데, 내무부에선 외무부로 가라하고 외무부에선 직원들이 모두 타 섬으로 가서 나갈 수 있는지 잘모르겠다는 답변 이었답니다.

설마 일국의 대사가 오는데 누가 나오기라도 하겠지하며 공항 VIP룸으로 들어섰습니다. 그곳에서 안면이 있는 대사 부부를 만나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고 숙소로 향하기 위하여 정부차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차한대에 기사 한명만 나와 있더군요. 검은색차에 태극기는 매달려 있더군요. 그것이 바누아투가 대한민국 대사를 영접하는 최대의 배려였습니다.

 

 

좌측에 계신분이 한인회장이시고 우측이 대사이신데 초상권 문제 때문에

저렇게 밖에 할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올려 놓고 보니 좀 너무한거 같네요.

죄송합니다.

 

그 기사는 대사를 르메르딩앙 리조트로 내려 주고, 내일 약속 정하고 바쁘게 가버렸답니다.

대사님은 프론트에 가서 체크인을 하시는데 예약이 되어 있지 않아 보였습니다. 방이 모두 차서 별장으로 가야 한다고 하네요. 그 별장은 아주 비싸지요. 대사님은 할 수 없이 하루 정도 그곳에 묵으셔야 한다며 리조트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셨답니다.

우리에겐 수요일에 모두 만나 저녁식사나 같이 한번 하자는 말씀을 남기시구요.

대사님 가는 뒷모습이 정말 처량하시더라구요.

 

그전 중국의 어떤 관리가 왔을때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바누아투의 고위 공직자들은 거의 나온거 같고, 동네 방네 사람들도 다 나와 환영 노래를 부르며 춤추고 난리였습니다. 목에 꽃 걸어 주는 건 기본이었구요.

그리고 바누아투에는 외국 선교사들이나 목사님들이 많답니다. 얼마전 뉴질랜드 박목사님 관련 기사를 낸적이 있습니다. 그 분이 오셨을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 교회 신자들 모두 나와 목사님이 공항에서 나오시면 찬송을 하며 공항 전체가 들썩일 정도로 환영을 한답니다. 너무 시끄러울 정도로 환영회를 해주니까 이제 박목사님은 온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조용히 들어 오신답니다.

기타 다른 외국 목사님들도 마찬가지구요.

이곳 사람들의 정입니다. 자기들을 도와 주는 이들에겐 언제나 따뜻하게 환대를 해주지요.

그런것을 비교했을때 우리 한국은 정말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물론 남태평양의 바누아투까지 정부가 원조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은 바누아투에 엄청 원조를 많이 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여기에 있다보면 한국은 뭔가 필요한 일이 있을때마다 아니면 대사 신임장을 제출하러 바누아투 에 들어 옵니다. 저번엔 일본 상임 이사국 진출 저지 미션을 가지고 바누아투에 들어 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받는 원조액이 워낙 크다보니 거절당했다는 가이드의 말을 들었고, 이번에 오신것도 여수 박람회 유치 목적의 일환으로 대사께서 들어 오셨다는 한인회 회장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느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자국의 이익이 없는 한 음직이지 않습니다. 한국의 바누아투 원조는 기껏해야 차량 몇대 정도 이지요. 그것가지고 바누아투 정부에 지원 요청한다는 것은 정말 창피한 일입니다.

대사가 왔을때 바누아투 정부의 차가운 시선을 보면 느낄 수 있었고, 대사가 묶었던 르메르디앙 리조트엔 태극기가 아닌 중국기가 걸려 있었습니다.

대사가 묵고 있는 기간 동안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있는 대한민국의 태극기가 펄럭이는 것이 아닌 관광객 환영용인 중국기가 걸려 있는 것이지요. 이것을 보며 중국의 힘을 보았습니다.

 

 

르메르디앙 리조트 - 오늘 아침에 다시 가서 사진 찍어 왔습니다.

좌측이 바누아투 국기, 가운데가 르메르디앙 국기, 우측이 중국 국기

 

 

여기는 바누아투 중국 대사관입니다. 위성 안테나가 몇개씩 걸려 있지요. 이곳에서 중국인들을 위하여 DVD도 공짜로 대여 해준답니다.

가끔 중국인이 한국 드라마 새로 나왔다며 빌려 주기도 합니다. 이럴때 뭐라고 해냐 하나요?

중국은 바누아투에 의료진 자원 봉사자를 파견합니다. 자국민에게 무료진료와 무료 치료를 해줍니다.

거기에 한국인도 꼽사리껴서 무료 진료를 받고 있지요.

어떤땐 우리 중국인이야? 그런 생각도 듭니다.

저를 욕하시겠지만 한국 사람들은 침맞을 일이 많찮아요. 유일하게 바누아투 국립 병원에 중국 의사 자원봉사자가 침술을 하는데 안가곤 못배기지요. 슬픈 현실입니다. 그 중국의사들은 같은 동양인이라며 정말 친절하게 잘 해 준답니다.

한국은 자원봉사자 단 한명도 파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인회장께서 여러번 요청을 했지만 바누아투까지는 대한민국 정부의 손이 미치지 못한답니다.

 

한국은 말이 선진국이지 중국만도 못하다는 생각을 해보며, 중국이나 일본이 남패평양에 왜 이리 눈독을 들이는지 한국 정부는 모르고 있는가 봅니다. 여전히 우물안의 개구리.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우리의 혈세가 엉뚱하게 흘러가는 것만 제대로 잡아내도 좋은 일에 많이 쓸 수 있다는 생각이요.

 

얼마전에 한글로님이 우토로 관련 글을 쓰셨지요.

360억은 허공에 뿌려도 53억은 우리 동포를 위하여 투자 못하나?

360억을 무위로 날린 사람은 결국 무혐의 처리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군대 있을때 배급 나온 치약을 침상 발냄새 제거용을 쓰던 생각이 납니다.

아주 일부분이지만 이렇게 혈세가 낭비되고 있고, 쓸만한 보도 블록 년말이면 년례행사처럼 뜯어 고치고(아직 한국 그러고 있나요?) 이런 부분들만이라도 관리 잘한다면 국민들의 혈세가 새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면 고작 몇억원이 없어서 200여명의 전쟁 희생자인 우리 동포, 우토로 마을 주민들을 나몰라라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수요일 저녁에 중국 식당에서 한국교민과 대사부부가 저녁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엔 한인 식당이 없기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한인이 모여 즐겁게 저녁을 마친 후 대사님과 한인회장님이 한말씀 하시고 대사님께선 먼저 자리를 뜨시는 것을 제가 한마디 할것이 있다며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교민들에게 우토로 마을에 대하여 설명을 했고 성금 릴레이에 동참하자는 말도 드렸습니다.

 대사님에겐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하니까, '좋지요.' 그러시네요. 그분은 우리가 성금을 겉는 것이 좋다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전 그 문제가 아니고 외교부에선 형평성의 문제로 정부가 우토로 마을을 돕겠다는 것을 만류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문제에 대해서 말씀 해 주셨으면 합니다.

했더니 아마 국민들 세금 문제 때문에...라고 말씀을 이어가시는데  중간에 교민 어르신들이 끼어 들어 정부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겠지, 잘 해결될거야 하며 제지를 하시더라구요.

그때 제가 좀 흥분을 하였습니다. 피랍자들은 국정원장까지 파견을 하여 무사하게 구출을 해오고 왜 우토로 마을 주민들은 수십억이 아닌 몇억 때문에 200여명의 우리 한국인들이 쫓겨 나야 할 처지에 놓여 있나 말입니다.

그들은 지난 과거니까 필요없다는 건가요?

앞으로 우리들이(바누아투 교민이 아님) 그러한 희생자가 되었을때도 정부는 외면할 건가요?

그렇다면 누가 한국 정부를 믿을 것입니까?

결국 전 어르신들의 만류로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했습니다.

제가 흥분해 버린것이 저의 큰 실수 였습니다.

대사님을 르메르딩아 리조트로 모시고 갈땐 참으로 민망하더군요. ^ ^

 

이번 대사님을 잠시 뵈면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최빈국가에서도 이렇게 푸대접을 받는 대한민국.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 아닐까요?

 

그런 대한민국 정부, 외교부가 어떻게 우토로 마을을 해결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피곤하고 슬픈 하루가 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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