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UATU/LIFE STORY

코리아 타임과 바누아투 타임

Bluepango1 2007. 8. 16. 17:03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만드세,

살기 좋은 내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꿍짝꿍짝~~~'

- 박정희 작사 작곡

제가 태어난 60년대의 새벽 6시.

시골 동사무소의 커다란 확성기에서 어김없이 새마을 노래가 시골 구석구석 메아리 쳤던 기억이 아스라이 납니다.

점심 12시가 되면 정오 사이렌이 길게 울립니다.

시계가 없던 시절 정오만이라도 알려 주자는 공무원들의 배려였겠지요.

그 당시엔 모두 시계가 없으니까 약속을 정하면 대충 정합니다.

'이따 서너시쯤에 어디에서 만나자' 둘다 정확한 시간을 모르니 대충 해가 어느정도 기울어졌는지 보고 약속장소로 나가겠지요.

물론 먼저 나간 사람이 하염없이 기다리겠지요.

그런 상황이 계속 되다보니 코리아 타임이라는 것이 정착?되었을 거라는 추측을 해봅니다.

물론 지금 코리아타임을 적용하는 사람들은 아 사회에서 살아남기 힘들겠지요.

바누아투에도 코리아타임과 같은 바누아투타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바누아투 타임이 좀 심함니다.

코리아타임은 양반이지요.

한국의 코리아 타임은 대략 10분에서 30분 정도 늦는 것은 미덕이라고 여겼던 기억이 납니다.

바누아투는 약속 시간 10분 30분 늦는 것은 기본이고, 아니 기본이라기 보다는 정말 정확한 시간 개념이라고 봐야 합니다. ^ ^

아예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답니다.

처음 바누아투에 왔을때 이곳 사람들 정말 시원시원하게 말 잘합니다.

약속을 정할땐 항상 걱정하지 말아라, 언제 만나자....라며 큰 소리로 말을 합니다.

하지만 나오지 않습니다.

물건을 주문하거나 목공소에 가구를 주문할때 일주일안에 인도한다는 계약서를 씀니다.

하지만 계약서 필요없습니다.

매번 하는 말, 이번주 금요일엔 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 일주일이 12주가 갑니다. (바누아투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 하는 것임을 밝힘니다.)

바누아투 사람들이 이렇게 시간 관념이 없어지게된 배경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봅니다.

일단 먹거리가 풍부한 그들에겐 부족한 것이 없습니다.

날씨가 아주 더운 여름엔 나다니기 조차 싫습니다.

그저 바닷가에서 낮잠이나 수영을 즐깁니다.

바누아투는 아직도 오전 11세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는 점심시간이어서 이 시간때의 관공서와 큰 기업체들은 모두 문을 걸어 잠그고 낮잠을 즐기거나 휴식을 취합니다. (바누아투 근무시간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전 11시 30분 그리고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8시간이 하루 근무시간입니다.)

이렇게 풍부한 먹거리와 더운 날씨가 이들을 게으르게 만들었으며, 정확하지 않은 시간관념을 만들어 바누아투 타임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제 직원들 자주 근무 시간 지키지 않거나 결근을 합니다.

그럴땐 대부분 버스 문제라거나 가족이 죽어서 결근을 했다고 합니다.

그 죽은 가족 다 합하면 족히 이삼십명은 죽었을 겁니다.

그 변명 이해가 되긴합니다.

바누아투 버스(15인승)는 특별한 노선이 없습니다.

먼저 탄 순서대로 노선이 정해 지게 되지요.

그래서 10분 거리를 먼저 탄 승객 순서대로 내려주다보면 짧은 거리부터 내려주지 않고 정확하게 먼저 탄 사람 방향으로 노선이 정해지기에 30분, 심하면 한시간이 넘게 걸려 자기 목적지에 도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싼 시내 투어를 하는 곳이 바누아투다 라는 말을 한답니다.(버스 이용료 1,000원 가량, 혹시 1,000원 내고 시내 투어 하는 곳이 있으면 알려 주세요. ^ ^)

그리고 바누아투는 가족에 대한 결속력이 아주 강하답니다.

옛날 한국 전통 가족 개념과 비슷하답니다.

그래서 사돈의 팔촌이 죽었다고 해도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그들은 꼭 조문을 하러 간답니다.

이런 문화가 강하다보니 바누아투 사람들 이런것을 핑계로 거짓말을 하는 경향이 많답니다.

이런 환경적인 요소, 문화적인 요소로 인해 바누아투 타임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고 봅니다.

이 바누아투 타임은 제가 만들어 낸것은 아닙니다.

바누아투 사람들 본인이 '바누아투 타임이니까'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 간답니다.

그것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미치는 거지요.

그래서 성격 급한 한국 교민들이 애를 많이 먹는 답니다. ^ ^

 

그래도 저는 바누아투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그들은 한국 사람과 같은 정이 있으며, 품앗이 같은 서로 돕는 인간미가 있고, 가족을 사랑하며 인간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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