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UATU/LIFE STORY

아들에게 받은 용돈 10원-눈물이...

Bluepango1 2008. 12. 3. 20:48

 제가 바누아투로 이민오게 된 가장 큰 요인이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저의 일은 야외에서 청소년지도를 하는 일이었기에 집에 들어갈 시간이 별로 없었지요.
그래서 아내와 아이들은 그것이 늘 불만이었고, 많은 갈등과 시도 끝에 바누아투란 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생각대로 우리 가족은 늘 함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부싸움이 더 잦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오히려 그것이 떨어져 있는 것보다 좋다고 하는 아내입니다.
그리고 아이들 역시 항상 아빠와 같이 있으니 너무 행복하다고 합니다.
다행이도 작년까지는 그리 바쁘지 않아 아이들과 함께 노는 시간도 많았습니다.
축구도 하고, 바닷가에서 수영도 같이하고, 잠자기전에 서로 안마도 해주며 책도 읽어주기도 하고 참 행복한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 일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바쁜 것은 아닌데 항상 시간에 쫒기 더군요.
그래도 항상 가족과 같이 있으니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젠 밖에 나가서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아내와 아주 큰 불화는 생기지 않아서 더 좋고요.^^
지금은 담배까지 끊어서 우리 부부싸움 횟수는 점점 줄어가고 있답니다.
아이들에게 듣는 잔소리도 이젠 많이 줄었고요.
예전에 아이들에게 항상 듣전 잔소리는 '또 술 드세요?', '담배 좀 고만 피우세요.' 이런 종류였습니다.
이제는 거의 이런 잔소리를 듣지 않아서 더욱 좋답니다.^^

하지만 이건 나만의 행복이었나 봅니다.
내가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듣지 않고, 항상 집에서 같이 있어주니 아이들이 행복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몇 일전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족구와 피구를 했습니다.
모처럼 아이들과 노니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고요, 우석이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전혀 힘들어하지 않고 마냥 행복해 했습니다.
그리고 샤워를 마치고 우석이가 아빠에게 감사하다고 말을 하며. 그 감사함의 댓가로 아빠에게 용동 1바투(한국돈으로 대략 10원, 지금은 환율 변동이 심해서 더 많을 수도 있슴)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장난인 줄 알고 그냥 웃고만 있었지요.
하지만 우석이는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아빠에게 1바투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 아들에게 생애 첫 용돈 받은 1바투짜리 동전

이것이 바로 제 아들 우석이가 제게 준 첫번째 용돈입니다.
이제 아들에게 용돈을 받아쓰는 나이가 되버렸나? 하하하...^^
이런 우스꽝스러운 농담도 잠시, 아들의 진지한? 행복한 미소에 순간 제 얼굴이 굳어 졌습니다.
'우석이는 농담이 아니구나. 정말 아빠가 같이 놀아준 것이 고마워서 용돈을 주는 것이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눈물이 나오려고 하더군요.
그동안 이 아빠가 오죽 놀아주지 않았으면 이렇게 잠시 놀아 준 것을 그렇게 행복해하고 용돈까지 주는 걸까.
많은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바누아투로 오게 된것이 무작정 가족과 함께 있으려고만 하는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은 기본이고,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같이 하며 즐겁게 놀기도 하고 많은 대화도 나누어야 하는데, 올해 들어서는 그런 시간이 별로 없었던 듯 했습니다.
그 순간, 아들과 딸에게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릅니다.
 

우석이에게서 받은 제 생애 첫 용돈 1바투는 제 책상위의 다음 블로거 기자상 트로피 앞에 올려 놓았습니다.
그 트로피는 제 가보 1호입니다. 그 트로피를 매일  보며, 우석이의 동전도 함께 보려함입니다.
그리고 동전을 보면서 매일은 놀아주지 못하지만 최소한 삼일에 한번씩은 삼십분 이상씩 놀아주자라고 다짐하고 있답니다.
아직 어린 우리 아이들이 다 커서, 엄마 아빠보다 친구들이 좋다고 할 때까지 이 아빠가 열심이 놀이 친구가 되어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아이들을 만들어 주어야 겠습니다.